72시간캠프는 서바이벌이다. 고2 강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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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시간 캠프는 나에게 서바이벌이다.

2 문과 강지우

 

수학은 항상 나에게 약점이었다. 항상 내 발목을 잡는 수학을 좋아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물리와 과학과 같이 문과인 나에게 필요없는 과목은 미련없이 버릴 수 있지만 수학은 포기조차 불가능했다. 어느때보다 훨씬 상상도 못할 수학 점수를 본 순간 너무나 화가 났던 72시간캠프에 사전 예약을 신청했다.

수학을 2주동안 한다는 것은 지옥과 다를 것이 없다. 그 지옥에 내 의지로 들어가게 된 이유는 남다른 각오와 다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캠프는 내가 내 자신에게 차린 마지막 예의였다. 그렇기에 우선 강제성이라는 단어를 펼쳐내고 싶었다. 결코 행복하지 않을 캠프기간동안 남을 원망하며 버티기 싫었기 때문이다. 순순하게 글자 그대로 나자신과 싸우고 싶었다. 캠프전 비용을 내가 부담하고자 하였으나 그동안 틈틈이 여행도 즐기고 문화생활도 누린 탓에 통장 잔고가 충분하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부모님에게 손을 벌려 반액을 지원받았다. 내 피같은 용돈을 내의지로 투자한 그 순간부터 게임은 시작되었다.

난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이였지만 수학을 놓을 수는 없는 학생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35등급으로 시작했던 나의 등급은 113등급이 되었고 문과와 이과가 나누어진 고1 3,6월은 2등급이 나왔다. 남들이 보기에 내 수학성적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었지만, 나는 이 숫자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 지방에 위치한 외국어고등학교에 다니는 나의 수학 내신은 내신 기간마다 피나는 암기를 통해 겨우 언저리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모의고사는 내년 재수생의 습격으로 인해 박살나게 될 숫자에 불과했다. 상상을 현실로 실현시키기 싫었기에 고등학교 전 범위에 해당하는 내용을 훑어본 지난 2주는 나에게 더욱 값어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가베 놀이 후반부 가베의 모양처럼 개념이 듬성듬성 빠진 부분에 강사님의 수업에 새러운 블록이 되어 꽂히는 느낌을 받았다.

수학 외적인 부분에서도 기대하지 못했던 얻음이 많다. 이따금씩 사장님이 들려주시는 야학이야기. 스타강사의 특강, 그리고 무엇보다도 담당멘토 선생님과의 2차례에 걸친 상담까지 뜻밖의 수확은 나에게 내적으로 깊은 충만감을 주었고 많은 생가과 반성의 시간을 갖게 했다.

이제 캠프기간이 종료되었고, 다시 학교 기숙사로 돌아간다. 이제는 적어도 답지를 통째로 외우는 무식한 짓은 안할 것이다. 개념을 안보고도 외울 수 있을때가지 수능 보기 직전까지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 수학으로 최저 수준을 맞춰 당당히 대학에 갈 수 있는 그날까지 또다시 놓고 싶을때마다 2주 분량임을 머릿속에 새기며 사회 초년생으로서의 첫 단추를 멋있게 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