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기 멘토 천운혁 후기

72시간공부캠프 0 3,931

안녕하세요. 2 대강의실에서 고3 남학생을 담당했던 20기 학습멘토 천운혁입니다. (15조)

설 연휴 잘 보내고 계신지요!! 캠프에서 3주동안 열심히 공부해 온 학생들에게 어쩌면 꿀 같은 연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학생들이 고생한만큼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고 충분한 휴식도 취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보내면 정말 좋겠네요...


저는 군대에 있는 동안 휴가를 써서 면접을 보았고 전역한 바로 다음날 캠프 준비를 위해 강화도 학원에 입소를 했습니다. 전역을 하고 시간과 돈을 불필요하게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이유, 그리고 이제 무언가 가치 있는 시간들을 보내고자 했던 마음에 의해 이 72시간공부캠프에 멘토로 입소하게 되었습니다. 캠프 입소 전 군대에 있는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는데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수학 문제집 전과목 전부를 저녁 개인정비 시간을 활용해서 풀어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사람인지라 분명 기억이 잘 안나는 부분도 존재했고 모르는 문제도 몇 개 있어 하나라도 더 설명해줄 수 있는 상태로 캠프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에 정신없이 준비하다 전역을 맞았습니다. 어떠한 수준, 어떠한 성향의 학생들이 입소하는지 자세히 알지 못해 조금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너무 착하고 너무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던듯 했습니다.


생각과 조금 달랐던 부분은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이 잘하는 학생들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잘하고 싶어 온 학생들이었습니다. 열심히 하는 데도 성적이 잘 오르지 않는 학생, 열심히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학생, 본인이 많이 부족하다 생각되어 자책하는 학생... 생각해보면 당연한 듯 싶었습니다. 성적이 좋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본인이 어떻게 공부하면 성적이 오르는지 알고 그것을 할 능력을 스스로 잘 형성해낸 학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 캠프에 온 학생들은 본인 스스로 그렇지 하지 못해 도움을 구하러 온 것 같았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1학년, 2학년 때, 저에게 공부를 하라고 말해주던 사람도 없었고 공부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그냥저냥 다른 친구들 공부하는 것 흉내정도 내다가 시험을 치고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성적을 깔아주던 그런 '방석'같은 존재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와중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공부를 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신 성적이 터무니 없이 낮아 수시를 준비할 수는 없었기에 저는 정시를 스스로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다짜고짜 준비를 시작하다보니 꽤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 같습니다. 공부를 늦게 시작한만큼 다른 학생들보다 더 많이 공부해야한다고 생각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매일을 정신없이 책상에만 앉아있었습니다. 이것저것 다양한 공부계획, 방향을 세우고 바꾸고 세우고 바꾸고 하면서 저만의 루틴을 만들었고 저만의 수능 준비 공부법을 만들어냈습니다.


이제 고3에 올라가는 학생들은 사실 시간이 많이 없습니다. 본인의 성적 수준, 학습 역량이 못 미치는데 다른 학생들 하는 것처럼 비슷하게 공부하기엔 전략적으로 방향을 틀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왜 고3 학생을 맡았는지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저는 단기간에 빠르게 성적을 올려야하는 학생들에게 어떤 마음가짐, 어떤 마인드를 세우고, 어떻게 공부해야 최대의 효율을 낼지에 대해 제 경험을 바탕으로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고1, 고2 학생들은 고3학생들에 비해 시간적 여유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기 오는 고3 학생들은 비교적 더 급하고 간절합니다. 이 캠프에 오는 학생들만큼은 저처럼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깜깜한 어둠속을 헤매게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고3 당시 누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너무 힘들다... 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제 모습을 떠올리며 이 학생들만큼은 불필요하게 먼 길을 돌아가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성적이 낮은, 그리고 학습역량도 낮은 그 시기의 감정을 뼈저리게 느껴본 경험이 있기에, 스스로 기적을 만들어냈기에 제가 최선을 다해 신경쓰고 관심가진다면 이 친구들의 많은 것을 바꾸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학생들과 개인적으로 편하게 다가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어떤 생각을 가진 학생인지 알아보려했고, 제 경험, 제 이야기를 솔직하게 내주어 공감대를 형성하려 했고, 밤낮으로 곁에서 지켜보며 어떻게 임하고 있는지를 꼼꼼히 지켜보았습니다. 처음에 적응하지 못하고 많이 힘들어했던 모습은 어디가고 퇴소 직전에는 각자 자기가 필요한 공부를 스스로 찾아서 해내는 것을 보았을 때는 정말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순공부시간이 압도적으로 늘었고, 질문의 수준도 갈수록 향상되었습니다. 저를 신뢰해주고 따라와준 멘티들의 학습 역량이 입소 첫날에 비해 많이 늘어 그 덕에 저또한 정말 말도 안되게 보람찬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여기 후기 글을 통해 제가 멘토스피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두서없이 얘기하느라 제대로 못해준 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려 합니다. 공부법은 다른 훌륭하신 멘토쌤들 각각 다 다른 좋은 방법들이 존재합니다. 저에게도 마찬가지로 제가 했던 공부법이 존재하구요. 하지만 공부법을 배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 그리고 '학습'의 기저에 존재하는 것은 바로 동기와 목표입니다. 공부법을 적용하려면 공부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부에 집중하려면 본인이 공부를 진정으로 필요하다 느낀 후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진정으로 필요하다고 느끼려면 내가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의 학습동기와 내가 무엇을 위해 하는지의 학습목표가 존재해야합니다. 남들이 시켜서 하는 공부는 언젠가 한계에 다다르기 마련이라 생각합니다. 대입의 과정은 장기전이라 꾸준히 매일마다 정해진 학습을 해내기가 쉽지않고, 정신적으로 흐트러지는 시기가 종종 찾아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감정의 상태가 요동치기도 하고 힘들어 주저앉고 마는 학생들이 생겨납니다. 그럴때 나를 버티게 해주는 것은 동기와 목표입니다. 내가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내가 무엇을 손에 넣고 싶은지를 상상하며 긍정적인 생각을 해내는 것이 적어도 대입에서 저를 강하게 해준 결정적인 요소였던 것 같습니다. 저또한 고3 그 당시 왜 지금 공부를 해야하는지를 크게 깨달았고, 공부를 해서 성적으로 올림으로써 가질 수 있는 그런 진심으로 원했던 목표가 있었습니다. 저는 공부가 필요했기에 더 잘하고 싶어 항상 고민했고 심지어는 공부를 하는 시간이 너무 재밌고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재밌다고 말씀드린건 조금 과장이긴 하지만,,,^^) 적어도 혹시 학생이 아무 생각없이 지금 하는 공부를 그냥 남들 다해서 하는 공부라고 생각한다면 반드시 멈추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꼭 학생 스스로가 떠올려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에 대해, 내가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적어보고 되새겨야합니다. 공부를 시작하기보다 그 전에 먼저 꼭 학생 스스로 동기부여를 한 상태로 시작하게 해야합니다. 계획을 세우고 해나가는 것에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이 부분을 꼭 부모님께서 옆에서 잘 유도해주셨으면 합니다. 정말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전역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군인 티가 나면 학생들이 부담을 느끼진 않을까 걱정하며... 일부로 부담갖지 않고 편하게 다가올 수 있게... 될 수 있으면 무겁지 않게, 때로는 장난스러운 그런 편한 모습으로 다가가려 했습니다. 학생 한 명 한 명 다 인사해주고 싶었고 기억해주고 싶었습니다. 사실 제 모습이 저도 많이 어색하고 이상할 때도 있어 혹 그럴 때마다 편하게 학생들에게 다가가려 했던 과정 중 제 언행에 상처를 입은 여린 친구가 없을까 걱정도 많이 들었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저였기에 그런 학생이 있었다면 이 자리를 빌어 미안하다는 말 전합니다.

말이 길어졌습니다. 서툴고 부족한 부분이 있는 저를 그래도 믿고 응원해주신 학부모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또 용민이, 은준이, 재호, 현우, 현준이, 민규, 시우.... 그래도 나 믿고 잘 따라와줘서 너무 고맙다. 다들 너무 착해서 쌤은 참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닐까 싶어!! ('천운'혁.... ㅋㅋㄹㅃㅃ) 봄캠프때 또 오는 친구들은 지금처럼 열심히 따라와주면 되고,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꼭 플래너 작성 매일매일 꼬박꼬박 챙기면서 꾸준히 열심히 잘 해줬으면 좋겠네. 우리 서울에 대학와서 보기로 약속했잖아 그렇지?? 쌤이 대학 붙으면 맛있는 거 꼭 사준다구ㅎㅎ

최선을 다해서! 멋지게! 보여줬으면 좋겠다. 겨울동안 고생많았고 잘 지내라♥